작품설명
창가의 Tea Time-4, 2014년 작
남자들이 보기엔 적어도 여자들이 모여앉아 뜨는 수다의 99% 는 하잘 것 없는 소리들이지요. 무슨 이야기 내용들이 고만고만, 꼬질꼬질한 생활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들로 시간을 낭비할까? 고개를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또 대부분 남자들의 몫이구요. 뒷집 할머니 욕은 뭐며, 말숙이네 강아지가 집을 나간 것은 뭐며, 희야네 전세 값이 뛴 것과 자신은 무슨 관계며, 앞집 아저씨가 요즘 수상한 것은 뭐며, 슈퍼아저씨 인심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일까요? 그것도 모자라 세탁소 여편네 다이어트 한다고 허구한 날 찜질방에 산다는 것이 어쨌단 말이며, 공부도 못 하고 행실도 안 좋던 동창 누구누구가 시집은 한번 잘 가서 어제 새 차 뽑은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며 이 년, 저 년도 모자라서 신랑 흉이나 보고 시가집 식구들 욕이나 해대면 속이 후련할까요?
아니, 그렇다면 친구나 이웃을 만나서 격식을 차린답시고 ‘챠이코프스키’ 음악을 논할까? 아니면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들을 열거해가며 문학비판을 할까? 아니면 우아하게 차려입고 고급 호텔 로비에 앉아 최근의 ‘패션’ 동향에 대해서 토론을 할까? 아니면 ‘갤러리’에 나가서 조용히 그림감상이나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사동 전통찻집에서 매실향기나 음미해야 고급스러운 것일까요? 왜? 고상을 뜬답시고 기왕지사 내친걸음, 보다 ‘럭셔리’한 차림으로 외출하여 무슨무슨 호텔로 가서 ‘심포지움’이나 무슨 ‘포럼’에도 참가해서 뭇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기는 그런 것 눈치도 못 첸 양, 눈을 내려 깔고 요조를 내비치면 더 폼 나지 않을까요? 적어도 고상을 부리려면 좀 더 세련되고 우아하게 말입니다.
A의 경우도, B의 경우도 사람 사는 것 대단히 차이가 있을 것 같아도 고만고만, 십시일반 아닐까요? 나이가 들어서 보면 좀 모자라고 천박한 것이나 아이들 말로 <고상틱>한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 안 해 본 여자 없고, 그리 잘난 여자도 없으며, 그리 욕먹을 만큼 못난 여자도 없지요.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그런 것이지, 딱히 일도양단 하듯이 잘라서 ‘옳고, 그르다’를 이야기 할 성격이 못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다 세상사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말인데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남자들의 오랜 고정관념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